당의 아이콘이 되랬지, 누가 기성정치인이 되라고 했나.


쇠고기수입이나 대운하 같은 상식선의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공조할 필요성이 있다면 당 성향을 떠나 정책연대 해야겠죠. 하지만 왜 하필 자유선진당이어야 했나요? 같은 보수라지만 노선차이가 분명하고 지향하는 '색깔' 자체가 다르잖아요. 퍼렁색 빨간색 얘기하는게 아니라, 지향하는 세상의 '풍경'이 다르다는겁니다.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각자가 바라보는 정말 동일한 풍경일까요? 전 자유선진당이 창조한국당처럼 남녀노소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수평적인 마인드와 사람에 대한 투명하고 맑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풍경론'이라면 차라리 민노당이 가깝죠.

문국현에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는 까닭은 이런 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진보 그런 노선 논쟁을 떠나서, 좋아하는 '물감색'자체가 다른데 섞여보겠다는 거니까요. 게다가 그게 하필이면 한나라당과 구십팔보 백보인, 색 진하고 일말의 여지없이 퍼렇기로 유명한 자유선진당이니까. 본인이 중도보수이고 또 창조적 보수당을 만들어가고 싶다면, 왜 하필 차떼기당을 만들어놓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이회창과 그 빠들이 주축이 된 자유선진당과 같은 수구당과 연대를 하나요?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쳐부수자. 뜻은 좋지요. 그러나 뜻이 좋다고 그 방법까지 모두 그럴싸하게 합리화되는것은 아닙니다.

민주당이랑 섞이면 묻히니 차라리 자유선진당과 공조하는것이 낫다고 하시는 분들. 정책적으로 자유선진당보다는 민주당과 훨씬 비슷하고, 문국현씨가 창조한국당의 당수(원)로서 목소리를 낼수 있는 쪽도 차라리 민주당쪽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자유선진당이 어떻게 이미지 메이킹을 해놓은건지, 이왕 연대했으니 사이좋게 공조할수 있을거라고 아시는것 같은데요. 자유선진당 사람들이야말로 위에서말한처럼 색 진한데다 그동안의 국회의원 경력으로 입김까지 센 사람들이죠. 숫자도 어쨌든 창조한국당보다 많은데, '이회창'에다가 (민주당과는 다르게) 이회창'빠'들이 모인 곳입니다. 문국현씨와 다른 의원님쯤은 의석 두개로 취급하고 자기당이 모든 성과를 이뤄놓은 것처럼 언플할수 있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요.  어차피 죄다 불분명한 당이라면 지금 지도력 위협받아서 적당히 혼란스러운덕에 목소리 내기도 쉬울 민주당을 택하지, 본인을 잘도 '물들일 수 있는' 자유선진당을 택했는지 정말 납득이 안가네요.

난리쳐봤자 어쨌든 공조는 됐습니다. 그런데 그 뒤가 걱정입니다. 쇠고기랑 대운하에 대해서만 공조한다고 선언했다고 정말 그 부분에 대해서'만' 공조가 이뤄질지도 의문스럽습니다. 정치판이라는 곳이 본래 정책을 두고 힘겨루기 하는 곳이잖아요. 내가 한번 저주었으니 너도 한번 져주거라. 싫으냐? 그러면 관두자라는 식으로 얼마든지 '엎어치는것'이 가능한 場이 아닙니까. 기브앤테이크가 기본이고, 의리 없으면 안되고, 그런데 요상하게도 때로는 배신이 용서되는 곳이기도 한ㅡ 참 야릇한 곳이 정치판이지요.

이런 정치판을 전제로, 제가 염려되는 것은 쇠고기 등 사안에 대해 공조 선언 이후에, 이것이 해결되기 전에 또 하나의 이슈가 생겼을때 그때 창조한국당은 과연 무슨 카드를 쓸 수 있냐는 것입니다. 자유선진당 18석 이한정씨 나간다는 전제하에 창조한국당 2명. 18:2 에서... 새롭게 떠오른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다를때 문국현씨가 창조한국당의 당수로서 목소리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게다가 자유선진당 당수가 그 고집세고 대쪽^^같은 이회창씨인데... 그때도 또 당을 이슈화시켜보겠다고 혹은 의리론에 연연해서 어쩔 수 없이 입장 같이 가게되는건 아닐까요? 그건 정말 자폭입니다만, 그런 상황 안 생기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정책연대, 원내교섭이라는 '건덕지'가 생겼으니까요.

그리고 만약 그때 가서 입장이 달라져서 공조 파기된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그때 사람들이 이회창이 '엎어쳤다, 배신했다'라고 할것인가? 아니죠, 그거야 문국현 지지자들만 그러겠고, 언론은 결국 '문국현과 이회창 입장차 재확인'이라는 헤드라인 하나 갈겨놓고 야당의 분열을 신난다는 듯이 다뤄댈것입니다. 그리고 문국현에 큰 관심과 기대가 없는 사람은 역시 문국현의 한계야 쯧쯧 하면서 혀를 차겠죠. 게다가 그렇게 된다고 한들 이번 공조를 통해 얻은, "창조한국당이 알고보니 당색 없는 당이었다" 는 지금의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될까요?  지지자 잃고, 당색 지적받고.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원내교섭 단체를 꾸렸을때 얻는 이익은 과연 '확실히 분명하고 큰 건가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정치 초짜와 노회한 정치인의 연대라.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적으로 불리한데 말이죠.

정치판에 뛰어 들었으니 전략을 배울 필요는 있겠지요. 하지만 문국현씨가 주축인 창조한국당의 의석 세개를 만들어준것은 솔직히 정책보다는 이미지가 컸다는 말씀 감히 드리고 싶네요. 이미지도 지키고 정책도 실현하고.. 참, 어려운 줄타기죠. 그러나 대안이 아주 없었던것도 아닌데 '한 방의 이슈화'를 위해 그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어쨌든 실망감이 드는 대목입니다. (솔직히 전 이슈화를 위한 전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수한 반대라면 다른당과 했겠죠)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치계의 새 장을 열어줄 수 있는 좋은 정치인이 되어달라고 뽑은거였지, 창조적 보수라는 말장난을 해가면서 기존 정치인들과 똑같은 길을 걸어서 성공하라고 지지한건 아니니까요. 어떤 분 말마따나 '자유선진당과 연대하는, 깨끗한 진보가 어떻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구요. (여기서의 진보는 보수당 진보당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순수한 의미의 진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문국현을 '그래도' 감싸안으려는 사람들이 납득이 안 갑니다. 그저 문국혁이니까, 국익을 우선한다는 미명아래 이런 식으로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본인의 이미지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을 저버리는걸 용인한다니, 이러다 나중에 민노당이 국익이라는 이름아래 자유선진이랑 연대할까봐 겁이 나네요. (물론 민노당 짬밥이 있으니 그럴린 없겠지만요) 아니, 표현을 조금 바꿔죠. 네, 믿는 거 좋습니다. 이렇게 믿음 굳건한 유권자를 가질 수 있는 것도 문국현씨의 홍복이라면 홍복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에게 문국현한테 실망한다는 것을 '비난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나요?

위에서 말했듯이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만큼이나 싫어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기사보면 솔직히 배신이랑 생각 당연히 들 수 있죠.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지지철회하는것도 결코 오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게 왜 오바인가요? 정책 안 본 당신의 죄다, 원래 보수였고 자유선진도 보수인데 연대하면 어떠냐. 네, 정책 제대로 안 살피고 새로운 타입의 진보? 라고 멋대로 생각한건 저의 죄라고 칩시다. 그런데 순수하게 정책만 보고 뽑는다면 문국현이 얼마나 뽑혔을까요?  이회창이랑 같은 보수라인이었다면 문국현 그만큼도 못 얻습니다. 그가 보수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의 사람들 표까지 끌어감으로써, 이회창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클린 이미지' 덕택입니다. 막말로 솔직히 문국현이 대선에서 그만큼의 지지율을 얻고 은평구에서 당선되고 18대 총선에서 여석을 세개나 얻을 수 있었던것도 그의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이미지와 '우리 사장님'이라는 친구같은 사장님 이미지가 먹혀들어갔기 때문 아닙니까?  그런데 그땐 클린 이미지로 승부해놓고 이제와서 더티 이미지로 색칠된 자유선진당과 연대하다니 당연히 그 클린이미지 보고 지지해온 사람들로서는 정체성 잃었다고 생각하고, 배신감 느낄수 있는 대목이지요.

그리고 더 열받는게, 팬클럽이라는 막말 하지 말라는 분들. 대선 이후에 위원장을 포함한 대선캠프사람 30여명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가 없다며 자리 박차고 나갈때도 옹호하고, 이한정씨 잘못과 잠행에 대해 엄연히 책임이 있건만 그때도 옹호하고, 지금도 그저 문국현이라는 이유로 믿고 옹호하고 있으니 당연히 팬클럽처럼 느껴지지요. 네, 정치는 팬클럽場이 아니지요. 그런데 아이돌 팬들 싸움질로 판을 만들어가시는건 본인들이라는 생각은 못하시나요? 저도 문국현 지지자로서, 이번 일은 사람에 따라 충분히 실망을 느낄수도 있는 대목인데 왜 실망하냐면서 실망하는 당신이 배신자라고, 우리가 끝까지 믿어줘야 한다면서 몰아가는 님들의 태도는 충분히 아이돌 팬클럽스럽습니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못하고 죄다 '알맹이 없는 비난'으로 도맷금으로 몰아가는 이런 태도는 그다지 당 발전에 도움도 안되고 문국현씨 행보에 도움도 안되는 비이성적인 태도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솔직히 이 시점에 와서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노선을 완전 잘못 파악해서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총선떄는 창조한국당 안 뽑았지만요. 보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보수를 지지하기엔 부딪치는게 분명히 있으니까.) 물론 이 공조는 문국현씨 개인으로는 더없는 선택이긴 합니다만, 그의 말처럼 '창조적 보수'를 기대해서 창조한국당을 지지한 사람들은 무슨 뒤통수인지. (뒤통수 맞은 기분 안 든다고 해도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대체 '무슨 비전'을 갖고 문국현씨를 뽑은건지, 척 보니 이회창과 공조할만한 사람으로 보이던가요?) 암튼 점점 보기가 마음 편치 않아지네요. 문국현이 그래도 인품은 있어, 라는 믿음을 되새기면서 헛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희망'을 또 한번 마음에 품어야 하는건지. 흔들리지 않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광경이란, 과연 정치판에선 가당찮은 걸까요? 사람들이 말하는 '뻔하다'는 광경은 언제쯤이면 뻔하지 않게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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